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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소음과 타인에 대한 배려" <김해룡 한국외국어대 법대 교수(전 환경법학회장)>
shinwooenc  2006-09-26 09:30:31, 조회 : 7,632, 추천 : 1250


소음 피해, 입법적 대응만으론 부족, 타인 배려가 생활환경 보호의 시작

현대인은 많은 스트레스를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그 스트레스들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부터 생긴다고 할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주변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것이 매우 많다.

이와 같은 소음들은 공장이나 공사장, 도로변의 소음과 같이 현대인이 물질문명을 구가하는 데 있어서 불가피하게 얻을 수밖에 없는 소음들과 아파트 층간의 소음, 각종 행사장, 그리고 식당이나 열차 내에서 손님들의 시끄러운 환담으로 인한 생활소음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소음은 그것들로부터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어적 수단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인 반면, 후자인 생활소음은 그것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소음으로 인해 피해분쟁은 의외로 많다. 소음피해분쟁이 소송사건으로 전개되는 예는 많지 않으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1991년 7월 이후 2005년 6월 30일까지 동 위원회가 처리한 1130건의 환경피해 원인 가운데 86%에 달하는 것이 소음으로 인한 피해분쟁이었다.
소음을 유발하는 원인자의 입장에서는 그 폐해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소음피해를 입는 상대방이 그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까지 있다. 소음을 유발하는 자는 그 피해를 호소하고 자제를 요청하는 자에 대해 유별난 사람으로 치부하고, 오히려 적대감을 나타내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러나 사람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소음은 개인의 건강을 극도로 악화시키거나 개인간의 대화나 인간관계 형성에 직접적인 장애로 작용하고, 개인의 정신적 집중력을 분산시킴으로써 정신적 작업을 방해하는 등 그 피해는 심각하다. 이는 가까운 이웃 간의 친화관계를 파괴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될 뿐만 아니라 소음피해로 인한 다툼이 살인을 부를 정도로 극한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다행히 오늘날 소음은 사람에게 미치는 주요한 환경침해요인으로 인식되고, 그 방지나 완화를 위한 법제들이 정비되고 있다. 소음·진동규제법에는 각종 공장의 소음·진동 배출시설에 대해 배출허용기준을 환경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이들 소음·진동 유발시설을 학교 또는 병원 주변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관할 기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통소음에 대해서는 시장·군수 등이 교통소음규제 지역을 지정해 도로교통법에 의한 속도제한, 우회운행 등의 조치를 경찰당국에 요청할 수 있고, 도로소음이 규제한도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스스로 방음·방진시설을 설치하거나 시설관리기관에 그 설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원 등 교육시설의 경우에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법률에 따라 소음·진동규제법의 규정에 의한 생활소음규제기준에 적합한 방음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경범죄처벌법 등에서는 영업장이나 주거공간에서 고성방가 등 불필요한 생활소음을 유발하는 자에 대해 단속하는 규정을 두는 등 적극적인 입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입법적 대응만으로는 생활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생활소음의 해결을 위한 보다 실제적인 방안은 외적 규제와 개인의 내적 자율의 길밖에 달리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첫째는 행정당국의 감독과 규제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공적기관의 규제는 각 개인의 자율에 의한 질서유지가 불가능한 경우 적절히 행사되지 않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도시생활에 있어서 큰 사회적 이슈로 돼 있는 아파트 층간의 소음문제와 관련해 보면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주택건설기준 제14조 제3항은 공동주택의 바닥은 경량충격음이 58㏈ 이하, 중량충격음은 50㏈ 이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와 같은 기준은 생활소음에 대해 인간이 적응하거나 수인할 수 있는 정도에 관한 자연과학적 지식에 근거해 마련됐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공동주택이 그와 같은 기준에 부합되도록 건축된다면 별 다른 분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공동주택의 경우 이와 같은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고, 그와 같은 위법건축물에 대한 건축 감독기관의 감독이나 실효적인 규제가 불충분했기에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건축물인 경우 준공허가를 내주지 않고, 재시공을 지시하는 등 감독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비록 근래에 들어서 행정규제 완화를 위한 법제정비가 추진된다고 해도 공행정기관들이 엄격한 법집행을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필요한 규제를 적절히 행사해야할 의의는 결코 낮게 평가될 수 없다. 이는 오늘날의 위험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하겠다.

둘째는 사회적 공동생활을 하는 각 개인이 자신의 행위가 다른 사람들에게 끼치는 환경적 침해를 회피할 수 있도록 각별히 주의함으로써 밝고 명랑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범죄처벌법 제1조에는 ‘큰소리로 떠들거나 노래를 불러 이웃을 시끄럽게 한 자에 대해서는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벌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소음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신고해 단속하게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이웃관계를 매우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단점도 있다.

오늘날 대학에서는 각종 명목의 행사에서 설치한 앰프시설에서 흘러나오는 과도한 소음으로 학습 및 연구 분위기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일반음식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의 식사 분위기는 회식 등으로 음식점을 찾은 주변 손님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으로 망치기 일쑤다.

근래 들어서는 노소를 가릴 것 없이, 그리고 교육수준을 불문하고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마음껏 떠들고 말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대학에서 축제 등 행사를 개최하거나 참가하는 학생들은 음향 볼륨이 불필요하게 높이 조정돼 있는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과도한 노랫소리가 학교캠퍼스 전역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일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각 개인들은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행해지는 자신의 시끄러운 대화가 옆 좌석의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를 미치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타인에 대한 배려는 진정한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필수 소양이다.

생활환경의 보호는 자신과 남을 배려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의 건전한 이웃관계도 주민들 간에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부터 형성될 수 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결과적으로 자기를 배려하는 것이 된다. 그 이유는 인간은 서로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출처 : 환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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